톱스타 회당 출연료 얼마길래…드라마 찍으면 강남 집 산다 [김소연의 엔터비즈]

입력 2024-01-28 16:12   수정 2024-01-28 16:14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OTT)의 확대와 한국 드라마의 세계적인 인기로 "제작비 1000억원 시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시장은 커졌지만, 정작 제작사들은 "드라마를 만들기 더 어려운 환경이 되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OTT를 기준으로 천정부지로 상승한 출연료로 "국내 다른 방송사나 플랫폼의 드라마를 제작하는 제작사와 스튜디오들의 제작 능력은 더욱더 위축·약화돼 드라마 제작 산업의 악순환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잘나가는 드라마? 쪼그라든 제작 편수
평일엔 일일드라마와 월화드라마, 수목드라마, 주말에는 금토드라마와 주말드라마, 오랫동안 방송가에서 이어온 드라마 편성이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 드라마 편성 시간대가 축소하기 시작했고, 지난해엔 그 움직임이 더욱 확대됐다. 현재 수목 시간대로 방영되는 작품은 ENA 수목드라마 '모래에도 꽃이 핀다' 뿐이다. MBC와 SBS에서는 모두 월화드라마, 수목드라마가 사라졌다. 드라마 제작비가 증가하면서 다작을 하기보다는 몇몇 작품에만 집중하겠다는 의도다.

반면 OTT 플랫폼을 중심으로 대규모 예산이 투입된 블록버스터급 드라마들이 연이어 제작되고 있다. 역대 흥행 기록을 새로 쓴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게임'을 잇는 '오징어게임2'를 비롯해 '폭싹 속았수다', 디즈니플러스 '삼식이 삼촌' 등이 연내 공개가 예정돼 있다. 모두 제작비가 400억원 이상이라고 알려진 작품들이다.

이런 양극화 현상으로 드라마 산업 전체가 위기라는 게 드라마를 제작하는 관계자들의 공통된 증언이었다. 지난 16일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가 주최한 간담회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 드라마 제작비가 수직으로 상승하면서 방송사가 제작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으며, 광고 수입의 급감과 함께 현재의 국내외 시장 상황에서 제작비의 회수가 더욱 어려워진 상태"라는 토로가 이어졌다. 특히 주연급 배우들의 출연료 인상이 총제작비 상승을 이끌고 있다는 지적이다.
"회당 10억원 현실"…"출연료 가이드라인 시급"
소위 말해 '수출이 되는' 톱으로 분류되는 특A급 주연 배우들의 출연료가 10억원을 넘겼다는 소식이 전해진 건 수년 전이다. 이날 간담회에서 한 방송사 관계자는 "주연 배우가 회당 10억원 소리를 하는 게 현실"이라며 "이제 어떠한 자구책을 찾아야 할 때가 왔다"고 실태를 전했다.

투자를 받고, 더 많은 플랫폼에 판매하기 위해 이들의 '갑질'도 견뎌야 하는 상황이라는 후문이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일부 스타 연기자들이 계약 시 방송이 나갈 플랫폼을 미리 한정하고, 현장에서 대본을 바꾸는 것도 비일비재하며, 감독도 교체한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과연 제작사란 도대체 무엇인가 하는 자괴감이 들 때도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제작사와 방송사가 드라마 판을 키웠지만, 제작사가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 배우들만 그 과실을 가져가는 게 아닌가 하는 답답함이 있다"며 "매니지먼트사와의 협상이건 정책 수립이건 시급한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OTT 출범 이후 제작비 규모가 크게 상승했지만, 그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게 출연료라는 지적이다. 최근에는 1, 2개 작품에 주연으로 출연했던 배우들도 억 단위 출연료를 요구하는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한 드라마 제작사 대표는 "실제로는 언론이나 기사들에서 보는 수치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지급한다"며 "중국은 배우 출연료가 총제작비의 40%를 넘길 수 없고 출연료 중 주연급의 출연료는 70%를 넘길 수 없다고 들었다"면서 'K-드라마' 산업을 위한 합리적이고 건강한 생태계를 위한 출연료 가이드라인이 시급하다고 제안했다.

톱급 배우들의 몸값이 뛰니 그 아래 단계 배우들의 출연료 역시 상승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몇몇 제작사에서는 회당 출연료 계약이 아닌, 총촬영 일수, 촬영 시간 등으로 출연료를 지급하자는 방안도 나왔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출연료 협의를 하다 보면 방송과 OTT의 출연료 차이가 크게 난다"며 "방송에선 400만원 받는 배우가 OTT에선 1500만원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제작사 입장에서는 출연료 구조를 볼 때 5000만원 이하의 배우가 10% 인상을 한다 해도 500만원으로 심히 부담되지는 않겠지만, OTT로 넘어가면서 배로 뛰고, 다시 줄어들지는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말도 안 되게 비싼 거 알지만…"편성도 쉽고, 수출도 잘 되니까"
배우들의 무리한 출연료 요구에도 제작사들이 응할 수밖에 없는 건, 유명 배우들이 출연할 때 편성과 수출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이를 알고 있는 매니지먼트 측에서 몸값을 천정부지로 올리니 "적정선을 정해 놓아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

한 드라마 제작사 대표는 "제작비에서 50%가 출연료로 지출된다고 봤을 때 가격 대비 좀 더 합리적인 배우를 캐스팅하여 촬영이나 미술에 제작비를 더 투입함으로써 더 경쟁력 있고 더 작품성 있는 드라마를 만들 수도 있겠지만, 한 명의 배우에 올인해 사업 경쟁력을 올리는 게 맞을지도 모른다"면서 양자택일의 어려움을 전했다.

한 제작 관계자도 "회당 제작비가 15억 이상 들 때가 많아지고 있는데, 향후 하향 조정이 필요하다"며 "배우, 작가, 제작사, 플랫폼이 연합된 힘으로 같이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유명 배우를 캐스팅해야 편성도 쉽고 수출도 잘되므로 그러한 배우들만 개런티가 올라가고 그 배우들한테만 목매게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 드라마 제작사 대표는 "지금 만들고 있는 작품도 2년간의 오디션을 통해 훌륭한 연기자를 찾아내고 기용했고, 시사회 후, 좋은 작품이라는 평가받았지만, 단지 스타 배우가 주인공이 아니어서 마케팅에 어려움이 따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구매 가격을 터무니없이 낮추고 있다"며 "너무나 큰 현실의 벽이 존재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는 "정부의 IP 보유 권장 정책하에 선제작하는 작품의 편수가 과거 2년 동안 크게 늘었으나 방송사의 상황 악화로 인해 제작을 다 마치고도 표류하고 있는 작품이 20편 가까이 된다"며 "약 3000억원 정도가 잠겨 있다고 하는데, 업계에 상당한 타격을 가져올 수도 있는 상황이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급하게 정부 유관기관이 나서서 해소 방법을 강구해야만 한다"고 전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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